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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속

그럴때마다

 뭔가 "써야만" 하는 일을 미루고 싶을 때

 그 때 내가 가장 많이 (자발적으로)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기보다는, 그랬던 것 같다.


 일년에 두번쯤 쓰는 업무평가서를 써야만 할 때,

 제출기한이 정해져있는 독후감 같은 걸 써야만 했을 때,

 그 때 나는 어떤 커뮤니티의 게시판으로 달려갔고,

 내 미니홈피의 일기장을 찾아갔고,

 또 한동안 티스토리의 게시판에 비공개로, 공개로 글을 썼었다.


 그건, '치료같은거죠'[각주:1]



 

 한창 더웠을 무렵에도, 그리고 추워진 이후에도

 물 한번 주지 않았던, 챙겨보지 않았던

 베란다에 방치되었던 부추처럼 생긴 이름 모를 '난'이,

 

 얼마전 추위에 대비해서 문풍지를 붙이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보니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모두 누렇게 시들고, 

 그 중 세 가닥 정도만 간신히 초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었다.

(사실 '아참!! 네가...네가 있었지! 하는 마음이었음) 

그것도 온전하게,가 아니라 뿌리에서 가까운 부분 얼마쯤만.

 

 아직도(?) 살아있음에 놀라기도 하고 저렇게 시들도록 내버려둔 것이 미안도 하였다.

 그래서 이제라도 살 수 있겠는가, 하며 물을 많이 부어주었는데,

 추위를 피하라고 창문 안쪽으로 들여놓지는 않아서

 며칠 후 보니 화분에서 새어나온 물들이 화분받침에 고여 얼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창문안쪽의 공간으로 이동시켰는데

 며칠사이 뿌리쪽에서 새 싹들이 잔디처럼 불쑥불쑥 올라와있더라.


 참 열심히, 꿋꿋이 살고 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각주:2]

 


 

  1. '치료같은거죠' 이 문장은 허연 시인의 '장마의 나날'에서 빌려옴. [본문으로]
  2. 이 역시 '장마의 나날'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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