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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0일 오후 6시 35분, @ Costa Mesa, CA
똑,딱 손가락으로 꾹, 이 안되고 운전중이거나 하면 손톱 모서리로 누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당연히, 몹시 잘 안 눌러짐) 하여 떨구기도 하고, 각도가 매우 난해해지기도 하고, 피사체는 파팟, 빠르게 지나가는데 이미 똑,딱-할 시점을 놓치고, iPod 카메라 디게 안 좋다메-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난, 마치 필름카메라로 찍은 후, (필름도 아니고) 사진자체를 스캔하던 시절의 품질(보다 더 못한 지도 모를) 정도의 iPod 카메라로 찍는다. 그리고 내 손에 익숙한 싸이월드-이미지편집툴을 사용하되, 액자모양, 또렷하게- 정도만 손을 대겠어! (색상보정은 존중 차원에서 거의 하지 않을 예정)
박꽃 박꽃 가네코 미스즈 하늘의 별이 박꽃에게, "쓸쓸하지 않니?"하고 물었습니다. 우윳빛 박꽃은 "쓸쓸하지 않아"하고 말했습니다. 하늘의 별은 그뿐, 새치름히 반짝반짝 반짝입니다. 쓸쓸해진 박꽃은, 점점 아래를 보았습니다. 출전, 가네코 미스즈 시집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서승주 옮김)
일요일의 노래 일요일의 노래 황인숙 북풍이 빈약한 벽을 휘휘 감아준다 먼지와 차가운 습기의 휘장이 유리창을 가린다 개들이 보초처럼 짖는다 어둠이 푹신하게 깔린다 알아? 네가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 게 덜 외롭다. 출전, 황인숙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독자적인 삶 독자적인 삶 황인숙 그래, 어떤 이는 자기의 병을 짊어지고 자기의 가난을 짊어지고, 악행을 짊어지고 자기의 비굴을 짊어지고 꿋꿋이 그렇게,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자기만의 것인 것을 짊어지고, 쌍지팡이 짚고, 거느리고. 출전, 황인숙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파랗고 너는 파랗고 황인숙 내가 기대고 있는 벽, 그 너머에 네가 기대고 있다. 아, 황폐해! 너는 외쳤지. 그 말이 벽에서 벽으로 끝없이 메아리친다. 아, 황폐해! 아, 황폐해! 메아리가 우리의 심장을 후벼판다. 내가 기대고 있는 침묵, 그 너머에 네가 귀기울이고 있다. 바람 소리가 좋군! 바람이 네 목소리를 흉내내어 분다. 나도 따라서 조그맣게 외친다. 바람 소리가 좋군! 바람이 지나가는 걸 보려고 가늘게 눈을 뜬다. 파랗고 검다. 너는 파랗고 나는 검다. 출전, 황인숙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연희 연희 제가요, 외로움을 많이 타서요, 사람들이랑 잘 못 놀면 울어요, 그렇지 민호야? -11세 소녀가장 연희 인터뷰 중에서 나도 연희야 외로움을 아주 많은 타는데 나는 주로 사람들이랑 잘 웃고 놀다가 운단다 속으로 펑펑 그렇지? (나는 동생이 없으니 뼛속에게 묻는단다) 열한살 때 나는 부모도 형제도 많았는데 어찌나 캄캄했는지 저녁 들판으로 집 나가 혼자 핀 천애고아 달개비꽃이나 되게 해주세요 사람들 같은 거 다 제자리 못박힌 나무나 되게 해주세요 날마다 두 손 모아 빌었더니 달개비도 고아도 아닌 아줌마가 되었단다 사람들이랑 잘 못 놀 때 외로워 운다는 열한짜리 가장 열한살짜리 엄마야 민호 누나야 조숙히 불행해 날마다 강물에 나가 인간을 일러바치던 열한살의 내가 오늘은 내게도 신발을 주세요 나가서 연희와 ..
춘곤 춘곤 김사인 사람 사는 일 그러하지요 한세월 저무는 일 그러하지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못하고 저물녁 봄날 골목을 빈 손만 부비며 돌아옵니다 출전,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