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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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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 1 어느 계절까지 머물지 모르면서도,혹은 그 모르는 탓으로몽땅 챙겨가지 않은 허물같던 옷가지들 세월보다는 덜 쌓인 책들 서울에서 가을/겨울/봄/여름 다 보내고다시 가을을 맞으려던 무렵,꼭 이틀 뺀 일 년 만에 돌아온 곳 2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한,주부로 바뀌어있는 언니집 차고에 쌓여있는'워니책'이라고 쓴, 언니의 둥근 글씨가 있는 박스들 비가 오는 날 이사를 하느라타겟에서 산 싸구려 조립식 책장은조금 틀어지고,압축한 톱밥같던 판들은 어긋나고 그런 휘어진, 위태로운 책장속에 들쭉날쭉 꽂혀있었던오랜 날들
나는 # 나는 코스코 가는 걸 참 좋아했던 아가씨,라 하기엔 좀 뻔뻔한 것 같고;;사람이었습죠. 그러나 나는 왜인지 어느샌가장보기 따라가기 싫은 일요일의 남편같은사람이 되어있네요?! # 예배가 3시였음에도 대부분의 주일아침은 늦잠과 허둥지둥이었는데옛날 살던 식으로 말하면 새벽에 해당할지도 모를, 이른 아침인 오전 여덟시 경머나먼;;; 남쪽바다에 다녀옴. 10132012 Laguna Beach #불어나는 세월과 비례하지 않았던 영어만큼이나 미국에 지내는 동안 별로 다닌 곳이 없었다,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던지 누군가들로부터 '뉴욕을 안 가본건 너무했다'라는 반응으로 돌아왔을 때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멋쩍어지곤 했드랬다. '그래, 나도 드디어 간다!'라는 마음으로 떠나는 건 아니지만,..
답이 없는 인생을 라하브라로 이사가면서는 출근할때 일곱시쯤 집을 나서는 일이 별로 없어서, 게다가 월요일에는 꽁지에 불타는 듯 그야말로 튀어나가는 일이 많아 월요일 아침 일곱시부터 일곱시반까지 라디오에서 나오던 박영선 목사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더랬다. 월요일이 휴일이었던 다음날, (휴일이 끝나고의 출근일은 모두 월요일인것만 같아서) 화요일 인걸 잊고, 아싸 오늘 일찍나왔네, 박영선 목사님차례다,하면서 라디오를 틀었다가 이내 아, 오늘 화요일이구나, 그러던 것도 여러 번. 목사님의 음성이 조금은 고집스런 노인의 목소리같기도 하고;; 한 문장의 길이도 꽤나 길어서 - 당신 스스로 (웃으며) 말씀하시길, 제가 국내에서 어렵게 설교하기로 손에 꼽히는 목사입니다,라는 말과 꼭 맞게- 잠시 정신을 잃으면(?) 따라..
어김없이 # 자연의 일은, 그러니까 계절변화 같은 건 참으로 어김이 없어 이렇게 또, 아무렇지 않게(?) 가을이 왔다. 가을바람이 불면 늘 생각나는 오래된 일들.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 역시 어김없이- 찾아온 개강, 한남역 가는 길에 지나던 주유소 앞 신호등에 선 나, (그 땐 왜 좀 더 산뜻한 색을 사지 안 산건지 알 수 없는) 그 때 입은 카키색 긴 남방. 그 남방을 잘 다려입고 나는 몇 년을 좋아하던 사람과 롯데월드씩이나 갔었다.(어머!) # 목요일마다 오픈되고 있는 김동률 콘서트 예매를 보면서 마음이 안달복달. 이미 서울에서 하는 공연은 삽시간,도 아니고 몇 분만에 매진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몇 분만의 매진에서, 나는 표를 쟁취하지 못한 "오랜" "팬"이 되었다. 그래서 전주에서 하는 공연을 가볼까,..
그 자리 그대로 십여년전에 왔을 때나 똑같은, (진부한)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그 나라. 그 시절의 내가 하하호호 깔깔 거렸던 웃음마저 지금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 것 같던 그 나라. 방학을 맞이하여 제 친구들과 놀러온 철부지 중고생들은 저들끼리만으로도 그저 좋아 웃음이 넘친다. (좋~을때다)
떠났네, 둘이서 모자 하나 사야지, 하는 생각에 기웃거릴 때 마다밤색에 하얀 땡땡이(흰색에 밤색 땡땡이는 잘 못 봤어) 리본 매여있는 게 (정말) 많길래,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나도 턱, 사서 쓸까했는데영 내키지 않는기라.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 밤색-흰땡땡이 모자를 사긴했는데,쓸데없는데 까다로운 본인은 글루(건)으로 단단히 붙어있는,그리고 리본이 매여있는 지점에서는 바느질도 되어있던 걸기어이 뜯어내고, 엄마 원피스에 붙어있는 헝겊 허리띠로다가;(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아주 멋쟁이인줄 알겠네!) 밤색-흰땡땡이 리본달린 모자가 뭐 그렇게 많겠어? 하던 어머니는제주도에서 그 모자를 쓴 수많은(과장이 심한가;) 관광객과,또 관광지 앞 모자가게에서 동일한 모자들을 목격하고는어머머! 한 공장에서 나오나,로 시작하여 정..
어쩌라고! 언제부턴가 라면을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잘 먹지 않았지만, 가끔 먹게되면, 혹은 아무 탈 없이 잘 먹던 시절에도 나는 좀 덜 삶아서 꼬들꼬들한 면이 좋았다.스파게티면도 마찬가지로. 알단테, 나도 그거 좋아한다구! 근데 가끔 묘하게(?) 불은 것처럼, 아주 많이 삶아진 스파게티가 먹고 싶은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꾸밈없이(혹은 성의없이) 토마토 페이스트만 넣은 간결한 걸로. 몰에 있는 푸드코트- 그 중 스바루 피자집에서 파는 성의없는 그 스파게티같이!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구.
꽃마리 예수원유치원 놀이터 그네에 앉아 발 밑을 내려다보니무성한 잡초의 푸름 속에서 하얀 별 같이 반짝이던 작은 꽃 무리.그네에서 내려와 쭈그리고 앉아서 보니 하얀색 꽃이 아니라하늘색 꽃잎에, 가운데는 노랑색도 있는 깜찍한 모습이더라. 예수원에서 나오던 날,(몰래!) 한 뿌리를 뽑아서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왔는데,집에 온 이후, (들판에서는 그리 무성히 꽃을 피우며 잘 자라더니)줄기만 비쭉 길어져서는 꽃대는 올라와도 꽃이 피지는 않았다. 나도 나름 햇빛,물,바람을 공급(?)하며 아주 성의껏,이라고 말하기에는 찔리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들판에서 아무렇잖게 자라던 것과 뭐 큰 차이가 있을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해주었던 것은 아무래도 자연이 돌보던 만큼에는 미칠 수 없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