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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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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빈 조각 그건 아마 평생 찾을 수 없는, 없어진 퍼즐 조각같이, 채울 수 없는 그런 빈 자리, 공허함 같은 걸 겁니다
그땐 그랬...네 # 2004년에서 멈춘 기억, 오래 전의 내가 남긴 흔적. 휴면계정 비슷한 게 되어버린, daum 아이디를 살리면서 천 몇 백개에 달하는 각종 스팸메일을 삭제하고 당시에는 꽤나 들락거리며 대문에 쓸 이미지도 만들던 카페에도 가봤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낯설고도 기이한 기분. ## 오래 전에 멈추긴 마찬가지지만 달갑지 않은 스팸메일이라도 꼬박꼬박 새롭게 차던 '받은 메일'함 말고 서랍 저 밑에 숨겨둔 오래된 일기장 같은 '보낸메일'함은 뭐랄까, 정말 유물같더라;; 누군가를 좋아하여 깔깔깔,호호호 명랑한 편지를 쓰고, '왠지 하트를 날려야 할 것만 같아요', 라고 말하면서도 '우리사이에 무슨!'이라는 -속마음과는 달랐을,- 반전의 마무리를 하던 볼 빨갰을, 웃고 있었을, 아가씨가 있더라.
생강의 싹 경동시장서 생강 사면서 하나 얻은 싹은 아니고 뭔가 움튼 게 구석구석 있었던 생강이 얼마쯤, 방치되고 그래서 좀 마르고 등과 같은 위기를 겪다가 몇 주 전에 드디어 흙 속에 묻힐 수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푸른 싹이 올라왔다! 애썼다-
Et Cetera 이상하다, 라고 말하기엔 이상한 게 당연하지. 같은 이름, 비슷한 개방성, 근데 아직도 낯이 선 것 같은 건, 익숙해질 만큼 자주 들락거리지 않은 탓인가, 아님 내가 좀 더 솔직해지지 못한걸까.
대학로 근 8년만에 간 대학로, 학교 졸업 후엔 한국을 떠난 탓도 있지만 그야말로 대학생때가 마지막 방문이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통신동호회의 정모, 배스킨라빈스 앞, 없어진 지 오래되었을 하이텔 온앤오프, 낙산가든 골목, 팔짱끼는 걸 좋아했던 승희의 웃는 얼굴과 웃음소리- 지하로 내려가는 옥외계단이 넓은 술집 입구에서 얼굴이 빨간 채로 우산을 들고 찍은 사진. 존재했었던 과거의 한 시절이 아니라,흩어져서 없어진 것 같은 시간,그도 아니면 아예 없었던 것 같은 시간. 네 생각이 많이 났었다.
비오는 날 비가 왔다. 바람도 꽤 불었다. 신발은 물론, 바지도 젖었고 흙도 튀었다. 어쩌다 남들 퇴근시간 쯤에 (함께?) 귀가하게 된 나는 사람이 가득한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며 나 하나 앉을 자리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맨 끝에 앉았는데, 사람이 가득찬 버스는 왠지 서글펐다.그건 아마 과거 나의 퇴근길이 늘 귀가의 기쁨보다는 하루의 고단함이 더했던 탓에-저들의 대부분은 퇴근하는 직장인이며,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고단할 것이다,그런데- 편했으면 하고 바라는 귀가길이 만원버스의 입석이라니...! 라는 내 식의 생각 탓인지도 몰랐다. 한편,그 버스의 뒷자리들이 유난히 높은 형태라 -아랫쪽을 자연히 내려다보게 되는 구조라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지만,내가 앉은 맨 끝자리는 더 이상의 인구유입도 ..
그리운 # 예배 드릴 때 어떤 찬양을 부르다 보면옷을 맞춰입은 집사님들이 특새 때 부르신 거,"우리" 청년부에서 자주 부르던 거, 하면서 사랑의 교회 생각이 난다. 오른쪽 앞에서 몇 번째, 반주자 뒤뒤뒤쯤의 자리,자주빛 카펫과 의자, 자막의 글씨체, 조명 색깔, 기타소리, 드럼소리, 발을 쿵쿵 구르기도 했던,나(의 마음을)/를 울리는, 사랑의 교회서 불렀던 그 찬양들이 나오면가끔은 그 때처럼 오른쪽 앞에서 몇 번째 자리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또 얼마쯤 흐르고,'그 사랑'이란 찬양을 들으면 아마 (그 찬양을 처음 부르게 된) 온누리가 떠오르겠지.처음 들었을 때부터 꼭 원래 아는 것처럼 익숙했었다고, 오래된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았다고 하면서..
겨울, 을숙도에서 을숙도, 낙동강에코센터 입구 조류보호를 위한 관계자 외 출입금지령 때문에 더 가까이 갈 수가 없음; 키가 조금(혹은 많이) 컸더라면 강이 좀 더 많이 보이게 찍을 수 있었을;; 부산, 을숙도 [2011-12-16] PC통신을 하던 시절, 누군가의 프로필에 남겨져 있던 한 줄- "남보다 뒤쳐져, 그러나 오래 노래하리" 를 보고 나는 분홍색 하이텍펜으로 문장을 옮겨 적고 책상 유리 아래 넣어두었다. 그 때의 그 '누군가'가 고맙게도 출전(출처)까지 남겨둔 탓,덕에 몇 해쯤 지나고 학교 도서관에서 그 시집을 찾아, 두 세 편을 노트에 옮겨적었다. 계절이 아니라, 내 마음이 겨울같이 되는 때가 있으면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그 중에서도 '내 가슴이 꽉 매여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