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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to the world! Joy to the world! Joy to the world! The Lord is come:Let earth receive her King!Let every heart prepare Him roomAnd heaven and nature sing Joy to the earth! the Saviour reigns:Let men their songs employWhile fields and floods rocks hills and plainsRepeat the sounding joy No more let sins and sorrows growNor thorns infest the ground:He comes to make his blessings flowFar as the curse is found He ..
상처적 체질 상처적 체질/ 류근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
공명2 몇 년 전 《뉴욕타임스》는 디트로이트의 한 카운티에 있는 시체보관소에서 '시체 수습자'로 일하는 34세 남성 마이크 토마스(Mike Thomas)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그의 직업은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수습해 시체보관소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그는 시체 한 구에 14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디토로이트에 살인 발생률이 높은 덕분에 토마스는 이 음산한 일을 하면서 연간 약 1만 4천 달러를 벌 수 있었다. 하지만 폭력이 수그러들면서 토마스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죽기를 기다린다는 일이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압니다.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다니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나는 그렇게 일해서 내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까요." 마이크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삶과 죽..
공명共鳴 경제학자이자 블로거인 알렉스 태버록(Alex Tabarrok)은 "내 안에 있는 경제학자는 현금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나머지 부분은 이 말에 저항한다."라고 썼다. 태버록은 이상적인 선물은 자신이 직접 샀다면 골랐을 물건이라는 공리주의 개념에 모순되는 좋은 예를 제시한다. 누군가에게 100달러를 받아 자동차 타이어를 새로 갈았다고 상상해보자. 이는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한 행위다. 하지만 애인에게 생일선물로 자동차 타이어를 받았다면 뛸 듯이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태버록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평범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직접 사지 않을 품목을 선물로 받고 싶어한다. 적어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는 "열정적인 자아, 열광하는 자아, 낭만적인 자아"를 자극하는 ..
해결안된 사람의 일 거미 /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잠자리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캄캄한 뱃속, 들끓는 욕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울고있을 그 사람 엄숙한 시간 릴케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우는 것이다. 지금 한밤중에 어디선가 웃고 있는 사람은, 한밤중에 까닭 없이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두고 웃는 것이다.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까닭 없이 걸어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오는 것이다.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죽어가는 있는 사람은, 까닭 없이 이 세상에서 죽어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 당시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부러 찾아서 본 적은 없지만 대낮에 예전드라마를 해주는 채널에서 청소하면서 몇 번 본, '성..
건달이되겠어! Edouard Manet – Chez Le Pere Lathuile (1879) 난 건달이 되겠어 / 장석주 그동안 너무 오래 일만 하면서 살았어 흰 손 흰 얼굴은 노동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말이야 책 읽는 것도 신물이 나 망상은 줄지 않고 미친 피는 잠들지 않아 구름 구두를 신고 카페에 나가 에스프레소를 마셔야지. 카페 통유리 너머로 사람들과 흘러가는 구름과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후의 한 때를 보내야지. 줄을 세운 바지를 입고 젊은 여자를 향해 휘익 휘이익 휘파람을 불어보겠지. 그러면 여자가 돌아볼테지. 눈웃음 치며 그 여자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나와 함께 춤출 시간이 있느냐고 ------- !그림찾다 발견한 재밌는 링크 https://normsonline.wordpress.com/2012/05/04..
'이 좋은 가을에' 용대리에서 보낸 가을 이상국 면에서 심은 코스모스 길로 꽁지머리 젊은 여자들이 달리기를 한다 그들이 지나가면 그리운 냄새가 난다 마가목 붉은 열매들이 따라가보지만 올해도 세월은 그들을 넘어간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 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 떠내려가다 걸린 나무등걸처럼 우두커니 그냥 있었다 이 촌구석에서 이 좋은 가을에 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여러번 일러줬는데도 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 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 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떼기로 마시며 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 출전, 이상국 시집『 뿔을 적시며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