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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불렀을, 노래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편지 2 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만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반전의 제목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꽃들이화분이 다 죽었다 . . . . . . . . . . . . . . . . . . . 진은영, '가족' 전문 마리도..
'편지' 노래,'브로콜리 너 마저'가 부른 '편지'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니어디가 아프진 않니, 괜찮니너 아직도 나를 욕하니아니면 다 잊어버렸니 괜찮아 여기서 만난 사람들커피가 맛있는 찻집,즐거운 일도 많지만문득 네 생각이 날 땐조금은 미안했었어,있잖아 사실 나 더 높은 곳을 보고 싶었어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어있잖아사실 나 그래도 네가 보고 싶었어보고 싶어서 미칠 뻔 했어있잖아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가끔 궁금,가끔 미안,
탕자의 노래 탕자의 노래 이어령 내가 지금 방황하고 있는 까닭은 사랑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까닭은 진실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멀리 떠나고 있는 까닭은 아름다운 순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사랑을 잃고 진실을 배우고 아름다움은 보았지만 나에게 믿음이 없는 까닭입니다. 나의 작은 집이 방황의 길 끝에 있습니다.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줘요 집으로 갈 수 있게 믿음의 빛을 주어요. 개미구멍만 한 내 집이 있기에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어요.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김경미 아무리 말을 뒤채도 소용없는 일이 삶에는 많은 것이겠지요 늦도록 잘 어울리다가 그만 쓸쓸해져 혼자 도망나옵니다 돌아와 꽃병의 물이 줄어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꽃이 살았으니 당연한데도요 바퀴벌레 잡으려다 멈춥니다 그냥, 왠지 불교적이 되어 갑니다 삶의 보복이 두려워지는 나이일까요 소리 없는 물만 먹는 꽃처럼 그것도 안 먹는 벽 위의 박수근처럼 아득히 가난해지길 기다려봅니다 사는 게 다 힘든 거야 그런 충고의 낡은 나무계단 같은 삐걱거림 아닙니다 내게만, 내게만입니다 그리하여 진실된 삶이며 사랑도 내게만 주어지는 것이리라 아주 이기적으로 좀 밝아지는 것이겠지요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가로놓여 있다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너어스들 옆에서 지..
젊은이의 병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출전 『정본 윤동주 전집』, 문학과 지성사 목욕을 다녀온 ..
꽃다운 시정 "『능호집』을 보면 그는 풀로 엮어 만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을 노래하기도 하고, 작은 집 능호관에서 바라보는 눈 내리는 모습을 시로 읊기도 했다. 그에게는 가난 속에서도 꽃다운 시정이 있었다. 능호관의 집에는 분재(盆栽) 매화가 한 그루 있었다. 그런데 땔나무가 없어 집이 추워 매화가 얼어 죽을까 걱정하여 이를 송문흠의 집에 맡겨두었다. 그러다 그 매화가 이듬해 정월 꽃망울을 터트릴 때가 되자 이인상은 달려가 로 사례하고 이 매화를 추운 자기집으로 가져와 책으로 둘러싸서 추위를 막아주며 관상하였다고 한다. " 출전, 유홍준 지음『화인열전 2- - 고독의 나날속에도 붓을 놓지않고』, 역사비평사 - 능호관 이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