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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당신 너무 힘들었지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시리즈 중 '시인 신달자' 편에서 발췌

(전문 출처 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89)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라는 사람이 있죠. 그 사람의 묘비명에 ‘남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이,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남편이 아플 때 병원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앤드류 카네기의 자서전이 있었어요. 우연히 그 책을 서서 뒤적여 보고 있었는데, 거기에 ‘내가 일생 가장 많이 한 말은 딱 한마디, 이 말이다. 당신 오늘 너무 힘들었지요?’ 이런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그때 인생에 막 화가 나있고, 모든 게 원망스럽고. 포기하고 싶고, 세상 사람이 다 밉고 그럴 때에요. ‘왜 나만 이래야 돼’ 그런 게 온 몸에 가시처럼 돋아 있을 때인데, ‘당신 너무 힘들었지요?’ 이런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편한테조차. 그런데 그 책을 보고 병실에 다시 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우연히 읽게 된 이 말은 ‘신이건,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내게 이 말을 해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절박할 때인데. ‘당신 너무 힘들었지요?’ 그 사람은 그걸 일생 한 말 중에 제일 많이 했다는 말이에요. 그러고 생각해 보니까, ‘이 말은 내가 지금 제일 듣고 싶은 말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는 ‘아, 나는 이런 말을 너무 안하고 살았구나. 내가 지금 이 말을 가장 듣고 싶어하고, 그러면서도 나는 이 말을 너무 안하고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몸에 가시가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이, 이 말만으로도 누군가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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