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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한 나의 집 사는 기쁨 / 황동규 사는 건물을 바꾸지 않고는 바꿀 수 없는 바램이 있다. 40년 가까이 아파트만 몇 차례 옮겨 다니며 ‘나의 집’으로 가는 징검다리거니 생각했다. 마지막 디딤돌에서 발을 떼면 마련한 집의 담을 헐고 마당 절반엔 꽃을 심자. 야생화 밟지 마라 표지 세워논 현충원 산책길엔 도통 없는 노루귀 돌단풍 은방울꽃 그래, 몰운대에서 눈 크게 뜨고 만난 은방울꽃 카잔차키스 묘소에 열심히 살고 있던 부겐벨리아 루비보다 더 예쁜 루비들을 키우는 노박덩굴을 심자. 겨자씨 비유의 어머니 겨자도 찾아 심자. 나머지 반은 심지 않아도 제물에 이사 와 자리 잡는 풀과 민박 왔다 눌러앉는 이름 모를 꽃들에게 내주자. 개미와 메뚜기 그리고 호기심 많은 새들이 들르고 벌레들도 섞여 살겠지. 그래, 느낌 서로 주고받을..
남쪽으로 가는 버스 등산복 입은 아주머니들로 가득한 당일치기버스를 타고 남쪽행 전남 구례군 상위마을, 노오란 산수유화 활짝! 빨래 디게 많다~ 라는 말에 이 아주머니(↓)께서 저 집 애들(↑)이 셋이라고 알려주셨음
요즘 뭐하세요? 요즘 뭐하세요? / 문정희 누구나 다니는 길을 다니고 부자들보다 더 많이 돈을 생각하고 있어요 살아 있는데 살아 있지 않아요 헌옷을 입고 몸만 끌고 다닙니다 화를 내며 생을 소모하고 있답니다 몇 가지 물건을 갖추기 위해 실은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어요 충혈된 눈알로 터무니없이 좌우를 살피며 가도 가도 아는 길을 가고 있어요
춘천가는 기차 입춘은 벌써 지났지만 3월이 되야 비로서 진짜 봄 인것 같다. 삼일절 휴일을 맞아 놀러가는 학생,가족,연인 무리에 끼어 나도 춘천가는 기차를 타고있다. 몇 번은 사먹어봤는지 달걀,맥주의 가격을 아는 뒷자리에 앉은 아가씨는 옆에 앉은 오빠에게 가격을 알려주며 다가오는 매점카트를 기다린다. 가위바위보 까르르 그들은 맥주대신 사이다와 달걀을 사먹는다 사천오백원이세요 사천오백원입니다.로 말합시다. 네?
어떤 환영사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황지우 시인의 2007년 신입생 환영사] 내가 시에 처음 ‘눈 떴던’ 때라고 할까요, 파블로 네루다식으로 표현해서 “시가 나를 찾아왔을 때”가 중3 때였던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방학 때 시골 친구집 가서 곁눈으로 힐끗 보았던 친구 누나가 무지무지 보고 싶어지고, 사타구니에서 이상한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 생의 비린내를 느꼈다고 할까요, 어느 날 갑자기 산다는게 시시하게 느껴지고, 가을날의 신작로 앞에서 어디론가 멀리 훌쩍 떠나버리고 싶던 이른바 사춘기 징후 속에서 문학이라는 열병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그 무렵 김소월의 ‘초혼’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고독’이라는 시를 접하고는 그만 내 가슴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자주 가슴이 무너져내렸는데,..
이러지맙시다 새벽에 가까운 늦은 밤이 되서야, 그리고 곧 떠날 때가 되서야 떠오른 얼굴에, 쓰게 된 메일이 애석함. 나는 대개 이렇다. 그러면서도 전화 한 통 불쑥 걸지 못한다. 아껴서 뭐할거니
Joy to the world! Joy to the world! Joy to the world! The Lord is come:Let earth receive her King!Let every heart prepare Him roomAnd heaven and nature sing Joy to the earth! the Saviour reigns:Let men their songs employWhile fields and floods rocks hills and plainsRepeat the sounding joy No more let sins and sorrows growNor thorns infest the ground:He comes to make his blessings flowFar as the curse is found He ..
탕자의 노래 엄마와 언니의 아침외출에 동행하지 못한(늘 제일 늦게 일어나는) 뒤쳐진 1인은 집에 남아 선물로 받았다는 로봇청소기를 켰다. 먼지가 눈 앞에 있는데 자꾸 빙빙 돌아 다른 곳을 간다.지나갔던 곳을 또 가고, 또 가는 것만 같다. 일층에 내려가서 빨래를 돌리고 밥도 먹고 올라왔는데,아직도 방을 빙,빙, 돌고있다.정말 잘 청소하나 시험삼아 놓아둔 먼지덩이도 아직 있다. 나도 그처럼 그러고 있을 것이다.변죽을 울리듯. 헤매고 빙빙 돌고.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이사야 30:18 (부분)- 시간이 꽤 지나고, (꽤,라는 것은 나의 주관적느낌일뿐일까)설마 아직도 돌고있나,하며 방안을 들여다보니다행히도(?) 집(?dock)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