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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가서 (늘 그렇게 불렀던 건 아니였지만) 누구는 특수부대라고, 또 다른 누구는 감옥이라고 부르던 첫 직장에는 만화에 나오는 예쁜 소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좀 나이 든 언니가 있었는데, 그 '특수훈련'이, 혹은 '수감생활'이 힘들 때 그 언니는 "누구 내 손 좀 잡아줘" 라는 특이한 부탁을 했었다. 내가 옆자리에 있을때 몇 번 잡아주기도 했던 그 손, 그 말이 아주 가끔 생각난다. 내 삶이 가난했을 때(물리적인 가난함이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그게 누가됐든 그 누군가의 바짓가랑이라도, 그 누군가의 치맛단이라도 붙잡고 늘어지고 싶었던 때. 그런 때. 특이하였다기보다, 절박하였는지도.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문효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
실내악 외출 '이브나' 잠든 너의 전화벨이 울릴 때 난 괜히 몇 번 내버려 둬 난 괜히 몇 번 내버려 둬 식은 커피 같은 나의 고백에 몇 차례 버스를 보낸 뒤 넌 내게 이렇게 말했지 "난 절대 결단코 수백 날이 지나도 너 밖에 모르는 바보는 안 될 거야 행복함에 눈물 범벅이 될 지라도 너 하나로 숨 막힐 바보는 안 될 거야 그렇겐 안 될 거야" 정답지도 살갑지도 않던 눈동자 그 까만 색이 난 못내 좋았는지도 몰라 넌 절대 결단코 수백 날이 지나도 나 밖에 모르는 바보는 안 될 거야 유채꽃 금목서 활짝 핀 하늘 아래 나 하나로 듬뿍한 바보는 안 될 거야 그렇겐 안 될 거야 늦은 봄 눈 같은 나의 고백도 꽃 노래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화천 비수구미 2013년 5월 5일 어린이날, 강원 화천 비수구미 버스에서 내려 6km정도의 내리막길을 걷는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고, 및 찍은 지점도 별로 좋진 않지만 다양한 푸름과 꽃들이 섞여있는 전경이 아름다웠다. 바람도 세게 불지 않고, 약간 더웠다 시원했다를 반복하며 중간중간 계곡도 있고, 늦게 핀 '순이'같은 진달래도 있어 두 시간정도 걷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이날 함께 버스를 타고 간 일행이 60명정도였다고 들었는데, 그 일행 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어린이날이라 그런가? 실제 찍힌 사진들은 이보다 훨씬 칙칙했는데, 눈으로 본 것만큼 그 푸르름이 나타나지 않는게 안타까워서 손 좀 댔다;; (그래서 사진이 제각각이라능) (↓)6km정도 걷고 나서 도착한 비수구미 생태마을 입구?출구..
봄날의 산 2013年 5月 1日 단국대 뒤에 있다고 단국산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부르는데, 정확히 무슨 산, 혹은 공원(?)이라 불러야하는지 모르겠다. 살수록 어떤 부분에서의(강조!) 다양함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계절 내내 꽃이 피고 푸른 곳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혹독한 겨울, 더운 여름, 그리고 너무 짧게 지나는 것 같아 아쉬운 봄, 가을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 사계절 내내 그대로 서 있는 상록수의 짙은 푸름과 겨울을 이기고 새로 핀, 아기같은 연한 잎의 연두빛, 이파리 하나없이 꼿꼿이 서 있는, 깐깐한 할아버지 같기도 한 나뭇가지의 흑갈색, 그리고 그 중간중간 피어난 벚꽃, 진달래, 라일락의 하얀빛 분홍빛 보랏빛, 이 모두가 어울려..
남산 2013年 5月2日 남산 장충동서 냉면을 먹고 남산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냉면집에서 나오니 빗방울이 후두둑. 우산도 없고 집에 돌아가나 어쩌나 저쩌다 하다가, 혹시 그칠지도 모르니 하면서 장충공원을 걷다가 남산순환 버스발견. 여전히 비는 조금씩 내리고, 차가 다니는 도로쪽에서의 풍경은 산책로와는 또 다르구나. 버스종점인 남산타워에 내리니 비는 그치고 하늘은 더 맑아졌다. 내려가는 여러가지 길 중에서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오고 싶었는데 길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하염없이 이어져있는 계단으로 내려오느라 어머니는 무릎이 아프다 하셨어.. 새로심었어요. 이것이 바로 꽃단장; 왠지 얄미울만큼 매우 단정;; 남산도서관 쪽으로 내려오는 길
그 또한 내 삶인데 그 또한 내 삶인데 / 조용필 작은 창에 기댄 노을이 남기고 간 짙은 고독이 벌써 내 곁에 다가와 더없이 외로워져 보이는 건 어둠이 깔린 작은 하늘뿐이지만 내게 열려있는 것 같아 다시 날 꿈꾸게 해 손 내밀면 닿을듯한 추억이 그림자 되어 지친 내 마음 위로해주고 다시 나를 살아가게 해 계절따라 피어나는 꽃으로 세월을 느끼고 다시 고독이 찾아와도 그 또한 내 삶인데 더는 사랑이 없다해도 남겨진 내 삶인데 가야할 내 길인데 그것이 내 삶인데
75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75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 이성복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 지성,2003)
쓸쓸한 날에 쓸쓸한 날에 /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한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