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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 꽃 모두 내 꽃 김미혜 옆집 꽃이지만 모두 내 꽃. 꽃은 보는 사람의 것. 꽃 보러 가야지 생각하면 내 마음 가득 꽃이 환하지. 하지만 가꾸지 않았으니까 잠깐 내 꽃. 김미혜 시집 『안 괜찮아 야옹 』수록 소진네서 이태원 번화가(?)로 내려가던 길에 만난, 여름이 제철이라는 다알리아. "꽃 가지고 가지도 말고 뽑지마세요" 2019년 7월 16일 추신. 뽑지마세요, 뒤에 강렬한 느낌표!가 없어도 있어 보인다.
숲, 박준 숲 박 준 오늘은 지고 없는 찔레에 대해 쓰는 것 보다 멀리 있는 그 숲에 대해 쓰는 편이 더 좋을 것입니다 고요 대신 말의 소란함으로 적막을 넓혀 가고 있다는 그 숲 말입니다 우리가 오래전 나눈 말들은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그 숲의 깊은 곳으로 허정허정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쯤에는 그해 여름의 말들이 막 도착했을 것이고요 그해 셋이 함께 장마를 보며 저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 했고 그는 비가 날고 있는 것이라 했고 당신은 다만 슬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숲에 대해 더 쓸 것이므로 슬픔에 대해서는 쓰지 않은 것입니다 머지 않아 겨울이 오면 그 숲에 '아침의 병듦이 낯설지 않다', '아이들은 손이 자주 벤다'라는 말도 도착할 것입니다 그 말들은 서로의 머리를 털어 줄 것입니다 그러다 겨울..
이별의 풍경, 그 기록 식후에 이별하다, 심보선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 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 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 열까지 세라 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 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 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 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 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 선한 천성(天性)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를테면 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 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눈을 감고, 박준 눈을 감고, 박준 눈을 감고 앓다 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날에는 길을 걷다 멈출 때가 많고 저는 한 번 잃었던 길의 걸음을 기억해서 다음에도 길을 잃는 버릇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앞으로 만날 악연들을 두려워하는 대신 미시령이나 구룡령, 큰새이령 같은 높은 고개들의 이름을 소리내보거나 역(驛)을 가진 도시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두면 얼마 못 가 그 수첩을 잃어버릴 거라는 이상한 예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넣어 하나하나 반찬을 물으면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손을 빗처럼 말아 머리를 빗고 좁은 길을 나서면 어지러운 저녁들이 제가 모르는 기척들을 오래된 동네의 창마다 새겨넣고 있었습니다
참 반가운 신도여 1. 참 반가운 성도여 다 이리와서 베들레헴 성 안에 가 봅시다 저 구유에 누이신 아기를 보고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구주 나셨네 2. 저 천사여 찬송을 높이 불러서 이 광활한 천지에 울리어라 주 하나님 앞에 늘 영광을 돌려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구주 나셨네 3. 이 세상에 주께서 탄생할 때에 참 신과 참 사람이 되시려고 저 동정녀 몸에서 나시었으니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구주 나셨네 4. 여호와의 말씀이 육신을 입어 날 구원할 구주가 되셨도다 늘 감사한 찬송을 주 앞에 드려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구주 나셨네 아멘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양희창 작사, 장혜선 작곡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별헤는 마음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것 가르친다는 건(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는 알고있네 우리는 알고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 자꾸자꾸 생각나는 노래
차 우러나는 시간 '봄 여사'가 말했었나, 바쁜 생활, 어쩌면 바쁜 마음때문에 차가 우려지는 동안도 기다릴 수 없는 다급함 마음에 커피를 더 자주 마시게 된다는.. 볶은 서리태에 따뜻한 물을 붓고 검으면서도 보랏빛도 도는 듯한 콩물이 우러나오길 기다린다. 그 사이 콩의 살도 함께 불어난다.
싱긋- 밖은 포근한데, 낡고 지저분한 패딩을 입은 지하철역 내를 어슬렁 어슬렁 걷고 있던 아저씨가 계셨다. 욕은 아니였지만, 뭐라고 계속 중얼대던.. 그리고 이어폰을 끼고는 델리만주를 먹으면서 걸어가던 남학생이 있었다. 아저씨의 당당한 외침- "나 하나만 줘!" 그들과 나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있었지만, 나는 그 남학생이 아주 흔쾌히(?) 별 일 아니라듯 봉투에서 만주를 꺼내 아저씨에게 건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고마워!"도 매우 당당한 톤으로 말하셨다. ㅋㅋ 그냥 지나쳐도 그만인 풍경이 당연한 요즘, 남학생의 태도가 왠지 상쾌하게 느껴지더라.